원/위안 직거래시장 - 한중 금융협력의 신지평
최근 수년간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통화 간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주목받는 제도 중 하나가 바로 ‘원/위안 직거래시장’이다. 이 글에서는 원/위안 직거래시장의 개념, 도입 배경, 운영 방식, 기대 효과, 주요 이슈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1. 원/위안 직거래시장이란?
원/위안 직거래시장은 한국 원화(KRW)와 중국 위안화(CNY) 간의 환율을 달러화를 매개하지 않고 직접 교환하는 외환시장이다. 기존의 외환 거래에서는 KRW/USD, USD/CNY를 거쳐 환전이 이뤄졌으나, 직거래시장에서는 KRW와 CNY가 직접 교환된다. 이는 거래 과정을 간소화하고 환전 수수료를 절감하는 데 기여한다.
원/위안 직거래시장은 2014년 12월 1일 서울 외환시장 내에 개설되었으며, 당시 한국과 중국 양국 정부는 금융 협력과 역내 통화 사용 확대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이 제도를 출범시켰다.
2. 제도 도입 배경
2.1 글로벌 금융환경의 변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달러화 중심의 국제 금융 체계의 불안정성이 드러나면서, 각국은 외환시장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특히 역내 통화 간 직접 거래를 통한 환율 안정 및 거래 비용 절감이 중요한 정책적 화두가 되었다.
2.2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중국 정부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중요한 국가 전략으로 설정하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해 왔다. 원/위안 직거래시장은 이러한 국제화 전략과 맞물려, 아시아 통화 간 직거래를 확산시키는 거점 역할을 맡게 되었다.
2.3 한중 간 무역 확대
한국과 중국은 서로 최대 교역국 중 하나로,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연간 3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경제적 밀접성에도 불구하고 환율 거래에서 달러를 매개로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고, 직거래시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실용적 대안으로 도입되었다.
3. 운영 구조 및 거래 방식
3.1 거래 시간 및 참여자
서울 외환시장 내 원/위안 직거래시장은 매 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운영된다. 거래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로 지정된 은행을 통해 이루어지며, 시장조성자는 일정한 호가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원/위안 환율을 제시해야 한다.
3.2 환율 결정 방식
직거래 환율은 시장 참여자의 수급에 의해 결정되며, 중앙은행이 고시하는 기준환율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시장 자율에 의한 환율 형성을 유도함으로써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3.3 청산 및 결제
거래된 금액은 한국은행과 인민은행이 운영하는 지급결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며, 양국 간 협정을 통해 결제 리스크가 최소화되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4. 도입 이후의 성과
원/위안 직거래시장은 초기 도입 이후 점진적으로 거래량을 확대해 왔다. 특히 양국 간 무역업체들이 직거래를 활용하면서 환전 비용을 절감하고, 환율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4.1 거래 규모의 증가
2023년 기준, 원/위안 직거래시장 일일 평균 거래량은 약 30억 위안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이는 도입 초기 대비 4배 이상 확대된 수치이다. 특히 수출입 기업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4.2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
직거래시장은 달러화에 대한 일시적인 수요 급증 시에도 원/위안 간 직접 거래를 통해 외환시장에 완충 역할을 하였으며, 환율 급등락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
5. 한계와 과제
5.1 시장 유동성 부족
직거래시장 참여자가 제한적이고, 거래량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점에서 유동성 확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접근성이 낮다는 점이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이다.
5.2 정보 비대칭 문제
시장조성자의 호가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어 있어 일반 참여자들이 가격 경쟁력 있는 거래를 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투명한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5.3 통화 변동성 및 정책 리스크
중국 위안화는 완전한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으며, 당국의 관리 하에 움직인다. 이에 따라 시장 예측과 다르게 급격한 환율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직거래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한다.
6. 향후 전망 및 정책 제언
원/위안 직거래시장은 글로벌 탈달러화 흐름과 함께 더욱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제도의 내실화를 꾀할 수 있다.
- 중소기업 참여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 마련
- 시장조성자 확대 및 호가 경쟁 촉진을 통한 유동성 확보
- 양국 중앙은행 간 통화 스왑의 활용 확대
- 거래 정보 투명성 제고 및 교육 강화
7. 결론
원/위안 직거래시장은 단순한 환율 거래 제도를 넘어, 한국과 중국 양국 간 금융 협력의 상징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은 양국 기업의 환율 리스크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역내 통화 체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참여자 확대를 통해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역내 환율안정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 한국은행, 『외환시장보고서』, 2023
- 금융위원회, 『역내 통화직거래 제도 평가』, 2022
- 중국인민은행 공식 발표자료
- 연합뉴스, “한중 통화스왑 확대 및 직거래시장 현황”, 2023
- 조선일보, “원/위안 직거래시장 10년의 성과와 과제”,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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